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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회사원, 씁쓸한 주식광풍

매일 아침 8시 50분 무렵이면 서울 용산구 소재 IT 기업 직원들이 하나둘 화장실로 간다. 9시 정각에는 7층 80좌석 가운데 10여석이 비어있다. 오전 9시는 국내 주식시장이 열리는 시각이다. 이 회사 직원 이모씨는 “집단 배탈이 아니라, 주식에 투자하는 직원들이 전날 밤 뉴스를 반영해 최대한 빠르게 주식을 사고팔려고, 상사 눈을 피해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로 몰려가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소식이 전해진 이달 10일 아침에는 20여 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를 의미하는 동학개미/뉴시스
개인투자자를 의미하는 동학개미/뉴시스

보다못한 이 회사 과장이 한번은 “업무 시간에 주식을 하면 어떡하느냐”고 질책했다고 한다. 직원은 처음엔 “화장실에 가는 것뿐”이라고 했지만, 추궁이 이어지자 “인사 고과 B등급 주셔도 됩니다”라고 답했다. 과장은 “정규직은 쉽게 잘릴 일 없으니, 대충 일하고 월급만 챙겨가겠다는 소리였다”며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보냈다”고 했다.파워볼게임

‘코스피 랠리’가 직장 내 풍경을 바꾸고 있다. 직장인들이 너도나도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하고, 모이면 주식 얘기다. 고액 연봉 대기업 직원이라고 다르지 않고, 회사 눈치도 보지 않는다. 그 이유를 직장인들에게 물어봤다. 한 대기업 4년 차 직원이 “‘벼락거지’라는 말을 아느냐”고 되물었다. 아파트 값과 주가 급등으로 ‘벼락부자’가 속출하면서, 무리해서 집이나 주식을 사지 않고 직장에만 충실했던 사람은 하루아침에 상대적 빈곤 상태가 됐다는 의미였다.

또 다른 대기업 6년 차 직원은 “주식은 2030 직장인에게 구원(救援)”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까지 ‘우리 세대는 수년을 열심히 공부해 좋은 직장 입사했지만, 그래봤자 월급으론 집 한 채 못 산다’는 생각에 만사가 허망했고, 우울증 기미까지 있었다”며 “그런데 최근 주식시장 활황으로 드디어 우리에게도 아파트 매수 종잣돈을 만들 기회가 온 것”이라고 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주택 정책 실패와 주식시장 과열이 겹쳐 젊은 층 사이에 자본 소득에 대한 박탈감이 만연하면서, 노동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실물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은 자산 가격 상승은 버블이 언젠간 꺼질 수밖에 없고, 그땐 막대한 사회적 후유증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삑! 거래가 체결되었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업무 시간, 고요하던 경기 일산 신도시의 한 건설사 사무실에 이런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입사 2년 차 사원 현모(28)씨의 휴대전화에서 난 소리였다. 현씨는 “항공 관련주가 ‘떡상’(가격 급상승)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예금 300여만원을 해지하고 주식을 샀는데, 볼륨 끄는 걸 깜빡했다”고 했다. 당연히 팀장 경고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현씨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며 “내게 회사는 주식을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도록 매달 350만원 남짓 고정 수익을 주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FX게임

현씨 같은 사람이 늘어난 것은 통계로 어느 정도 확인된다. 주식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3370만개. 올해 들어서만 14%가 늘었다. 특히 회사 PC를 이용하지 않고도 주식을 즉시 사고팔 수 있는 ‘휴대전화 주식 거래 시스템(MTS)’ 이용자는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늘었다. A증권의 경우 MTS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재작년 44만6000명, 작년 45만8000명으로 큰 변화가 없다가, 올해에는 80만3000명으로 단번에 거의 배(倍)가 됐다.

근로 의욕 저하로 이어진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황모(28)씨는 “여기저기서 부모 도움 받아 산 아파트로 억대를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내겐 그럴 돈이 없고, 대출도 막혔다”며 “월급 오르는 속도는 감히 집값 상승률 근처에도 못 가는데, 자연히 직장 일보다는 투자 법에 관심이 간다”고 했다.

대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IT 업계에서 일하는 입사 6년 차, 월 600여 만원을 받는 최모(34) 대리는 올해 들어 미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 개미’가 됐다. 출근만 하면 잠이 쏟아진다. 미국 주식시장 개장이 우리 시각으로 오후 11시 30분이라 새벽 2~3시쯤 잠드는 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최근엔 회의 일정을 까맣게 잊다가, 회의 하루 전에 급하게 준비하느라 고생했다”고 했다. 한 대기업 계열 건설회사 임원은 “서학 개미보다는 동학 개미(국내 주식 투자자)가 차라리 낫다. 동학 개미는 중간중간 한눈을 팔지만, 서학 개미는 아예 오전에 졸고 있으니까”라고 했다.

태업하는 직원들을 질책하고 독려해야 할 기업의 ‘허리급’들도 무기력증을 호소한다. 대형 회계법인의 시니어 매니저 정모(34)씨는 “입사 직후 선배들에게 ‘열심히 해서 승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믿었다”며 “그런데 나는 일만 열심히 하다가 집 살 시기를 놓쳐 전세살이를 하고, 청약 등 부동산 투자 정보를 공유하며 미리 집을 산 후배들은 나보다 수억원씩 더 벌었다. 고작 연봉 2000만~3000만원 많은 내가, 어떻게 이들에게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고 잔소리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후배들이 문제가 아니고 내 가치관이 완전히 무너진 기분이라 울적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튜브 분석 사이트들의 뒷광고 논란 유튜버 연수입 분석
-문복희 1년 최대 15억..보겸13억 추정
-이 외 브랜드 협찬 광고비도 건당 수천만원

뒷광고 논란에 휩싸인 유튜버 문복희[유튜브 캡처]
뒷광고 논란에 휩싸인 유튜버 문복희[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수입을 보니…뒷광고 논란 유튜버들 복귀 이유 있었네”파워볼

뒷광고 논란에 휩싸인 구독자 280만명 유튜버 쯔양이 복귀 첫날 5시간여 ‘라면 20개 먹방’으로 약 1500만원의 수입을 올린 가운데, 인기 유튜버들의 수입이 이미 ‘연예인급’에 올랐다는 평가다.

특히 유료광고를 받고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뒷광고’ 논란에 휩싸인 유튜버들이 속속 복귀하는 가운데 이들의 수입 추정치가 분석됐다.

수입은 크게 ▷유튜브 광고 수입 ▷브랜드 협찬 광고 ▷슈퍼챗(이용자 후원)으로 나뉜다. 이중 수입의 핵심은 브랜드 협찬 광고다.

국세청이 유튜버로 사업자를 등록한 이들을 분석한 결과 수입의 60%가 브랜드 협찬과 같은 유튜브 광고 ‘외’ 수익이었다. 나머지 40%는 구독과 조회수를 기반으로 유튜브로 받는 광고 수입이 차지했다.뒷광고 논란 유튜버 문복희 1년 최대 15억…보겸은 13억

뒷광고와 먹뱉(음식을 먹고 뱉기) 의혹의 중심에 섰던 470만 먹방 유튜버 문복희 [유튜브 캡처]
뒷광고와 먹뱉(음식을 먹고 뱉기) 의혹의 중심에 섰던 470만 먹방 유튜버 문복희 [유튜브 캡처]

우선 유튜브 광고 수입은 구독자와 조회수 기반으로 책정된다. 이는 미국 소셜블레이드 등 유튜브 분석 사이트를 통해 추정해볼 수 있다.

뒷광고와 먹뱉(음식을 먹고 뱉기) 의혹의 중심에 섰던 470만 먹방 유튜버 문복희의 연간 수입은 최대 140만 달러(15억 4560여만원)이라 분석했다. 월 수입은 최대 약 11만 8200달러(1억 3407여만원)로 추정했다.

유튜버 문복희 수입 추정치[소셜블레이드 캡처]
유튜버 문복희 수입 추정치[소셜블레이드 캡처]

또 다른 분석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는 최대 월 수익을 1억 200여만원으로 내다봤다. 최근 30일 기준, 하루 최고 수익은 1088여만원으로 분석했다. 먹방 콘셉트 위주로 진행되는 문복희는 유튜브로부터 월 수익 1억여원 안팎을 받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뒷광고 논란 뒤 2달 만에 복귀한 350만 유튜버 보겸은 연간 최대 120만 달러(13억 2540여만원)을 받는 것으로 소셜블레이드는 분석했다. 월 수입은 최대 10만 2100달러(1억 1277여만원)으로 추정했다. 녹스인플루언서는 월 최대 수입을 9048여만원으로 예상했다.

유튜버 보겸의 수입 추정치[소셜블레이드 캡처]
유튜버 보겸의 수입 추정치[소셜블레이드 캡처]

유튜버 보겸은 게임·먹방 등 다양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구독자 400만 명까지 확보했으나, 지난 8월 5개 업체로부터 협찬 광고비를 받고도 이를 숨긴 사실이 드러나, 350만명까지 구독자가 하락했다. 2달여간 방송을 중단한 뒤 지난 10월 복귀했다.수입의 핵심! 브랜드 협찬 광고비… 100만 유튜버 건당 최대 5000만원

지난 8월 유튜버 보겸이 뒷광고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방송 화면[유튜브 캡처]
지난 8월 유튜버 보겸이 뒷광고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방송 화면[유튜브 캡처]

여기에 유튜버 수입의 핵심인 ‘협찬 광고비’가 추가된다.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받고도 이를 숨긴채 방송한 ‘뒷광고’ 논란 모두 여기서 발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브랜드 협찬 광고비 단가는 구독자 수 기준으로 나뉜다. ▷뷰티&스타일 ▷엔터테인먼트 ▷게임&스포츠 ▷푸드&트래블 등 콘텐츠 속성에 따라 단가가 나뉜다. 가장 광고비가 높게 책정된 분야는 뷰티&스타일 분야다.

현재 한 대형 유튜버 기획사의 3분기 기준 광고비 책정 단가에 따르면 구독자 150만명 이상 뷰티 유튜버가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할 경우 단가는 6000만원이다. ▷100만 유튜버는 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엔터테인먼트 유튜버가 100만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하면 광고 단가가 5000만원이다. 실제 보겸의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광고 단가는 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동일 구독자 기준, 먹방 유튜버의 경우 4000만원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연예인보다 광고 출연료가 적을 거라 생각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유튜버 광고 출연료는 책정단가 외 옵션과 형태에 따라 더 올라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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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막으려면 휴대폰 1대 더 개통해야” 또다시 속임수
통신사 대리점장 ‘사기’ 혐의 유죄..벌금 200만원 불과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약 400만원.

피해자 A씨가 서울 마포구의 한 통신사 대리점과의 ‘악연’으로 매달 납부하게 된 휴대전화와 인터넷 요금이다. 웬만한 직장인의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이 어마어마한 요금을 A씨는 어쩌다가 내게 됐을까.

사건은 2019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A씨는 통신사 대리점에 들렀다가 직원인 B씨와 급격히 가까워졌다. 대리점 직원들은 A씨와 B씨가 ‘특별한 관계’라는 점을 모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A씨는 B씨로부터 잇따른 사기를 당해 속앓이를 했다. 자신의 명의로 B씨에게 휴대폰 기기를 개통해 ‘선물’해줬는데 B씨는 A씨의 명의로 된 기기들을 계속 변경하고 소액결제를 반복했다. A씨 앞으로 청구되는 각종 요금들은 불어났다.

A씨가 이런 사정을 터놓고 도움을 구하던 상대는 박씨가 일하던 대리점의 점장인 고모씨(28)였다. 하지만 고씨는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였다.

고씨는 A씨를 도와주겠다는 핑계를 대며 자신도 A씨에게 사기를 쳤다. 고씨가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은 A씨는 고씨의 사기에 쉽게 넘어갔다.

2019년 5월. A씨는 고씨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대리점에 방문했다. A씨는 고씨에게 “B에게서 휴대전화 사기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고씨는 “B가 고객들에게 사기를 쳤다. 일단 B가 사용하는 번호를 막아야 된다”고 호응했다.

고씨가 제안한 해결책은 A씨 명의로 휴대폰을 1대 더 개통하고 그 단말기를 중고로 팔아 그 돈으로 피해분을 메우는 것이었다. 막대한 휴대전화 요금에 시름하는 A씨에게 고씨는 휴대전화를 또 개통할 것을 종용한 것이다.

A씨가 고씨의 제안을 수락한 것은 ‘가개통’ 처리를 하면 요금이 나가지 않는다는 말 때문이었다. 고씨는 “인터넷과 TV 서비스와 같이 가입하면 할인되니 일단 가입하고, 가입 후 ‘가개통’ 처리를 하면 요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다”며 인터넷과 TV 서비스까지 가입하게 했다.

고씨는 A씨가 119만9900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하고 인터넷과 TV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해 수수료 20만~30만원을 챙겼다. 고씨는 6개월 후 기기를 중고로 팔아서 피해금을 보전할 수 있게 하겠다 했지만 이렇게 해서 고씨가 얻을 수 있는 돈은 40만원에 불과했다.

A씨는 단말기 기기값 119만9900원을 48개월 동안 분할납부해야 했다. 또 인터넷 및 TV 서비스 요금도 내야했다. 앞서 B씨로 인한 각종 요금에 더해 고씨와의 계약으로 납부하게 된 요금을 합쳐 A씨는 매달 400만원을 지출했다.

고씨는 A씨가 ‘본인 A는 휴대폰 변경 및 인터넷 가입에 인지하고 동의함’ ‘기기 본인이 판매 원해서 처리 요청, 기기 절대 돌려받을 수 없는 점 동의함’ ‘핸드폰을 개통하고 6개월 내 해지하면 페널티 발생’ 등의 문구를 자필로 작성하고 서명하게 했다.

A씨는 “‘왜 이렇게 써야 하느냐’고 묻자 B씨가 ‘나중에 일 생길까 봐 이렇게 적은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후에 진술했다. B씨가 알아서 자신이 손해 보지 않도록 처리해 줄 것이라고 믿고 구체적인 진행 과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결국 고씨는 ‘사기’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고씨 측은 “A씨가 모든 요금 조건을 이해하고 동의한 것”이라며 “피해자를 속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A씨가 서명한 서류들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고씨가 휴대전화를 팔아 피해금을 보전해주거나 피해금을 줄여 줄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국 A씨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총 50만원”이라며 “B씨로부터 이미 받는 피해를 회복하거나 또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가 취한 조치였다고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봤다.

A씨는 “고씨가 가개통해 주겠다고 했고 가개통 단계에서는 요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며 “저는 데이터도 무제한이고 집에서 텔레비전도 거의 안 보는데 인터넷에 가입할 필요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판사는 지난 11일 고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가 매달 납부해야 했던 요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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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이하 다세대·연립주택 통칭
재개발 등 여파 비중 30%로 줄어
서울 59㎡형 쓰리룸 2억~8억선
최근 전셋값 뛰자 몸값 상승세
신축은 주차·소음·보안 등 개선
실수요 아니면 신중히 접근해야

‘의문의 1패’ 빌라

요즘 전세 물건 품귀 현상이 일면서 임차인들이 차선책으로 빌라 매수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빌라 밀집 지역. [연합뉴스]
요즘 전세 물건 품귀 현상이 일면서 임차인들이 차선책으로 빌라 매수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빌라 밀집 지역. [연합뉴스]

‘아파트에 살 능력이 없으면 빌라에 살면 된다’. 정부의 11·19 대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아니다 다를까 전세대책 발표 직후 여당의 미래주거추진단장은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은 어쩌다 새 아파트에 살게 됐지만 빌라도 품질이나 구조가 나쁘지 않으니 살 만하다는, 미래주거추진단장다운 설명이었다. 바꿔 말하면 서민은 아파트에 살 생각 말고 빌라에 살라는 얘기다. 근대화 이후 꿋꿋이 국민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던 빌라가, 느닷없이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한 대 얻어맞은 셈이다. 시쳇말로 ‘의문의 1패’를 당한 것이다.

빌라는 한때 전체 주택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보편화한 주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빌거(빌라에 사는 거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갖 멸시를 받고 있다. 여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의 조언에도 빌라에 대한 괄시가 담겨 있다. 국민 대다수가 살 곳은 ‘빌라’인데 아파트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으니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대세’였던 빌라는 어쩌다 이런 취급을 받게 된 걸까.

“이참에 빌라라도 …” 패닉바잉으로 번져

사실 우리나라엔 관련법상 빌라라는 주택은 없다. 빌라는 건축법상 공동주택의 한 종류인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을 통칭하는, 주택시장에서 편의상 쓰는 말이다. 다세대·연립주택은 4층 이하(1층이 주차장이면 층수에서 제외) 저층 주택이다. 언제부턴가 다세대·연립주택에 ‘○○빌라’ ‘○○빌’이라는 이름을 붙으면서 빌라가 자연스레 ‘저층 주택’의 대명사가 됐다. 원래 빌라(villa)는 유럽에서 산이나 호숫가에 지은 별장 등을 이르는 고급 주택인데, 다세대·연립주택을 분양하면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가져다 쓴 것이 그대로 굳어 버린 것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주택시장에선 다세대·연립주택 외에 단독주택의 한 종류이자 외관상 다세대주택과 똑같은 다가구주택(주택으로 쓰는 층이 3층 이하)도 빌라라고 부른다. 현장의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주택 수요자 대부분은 주택 종류를 아파트와 빌라, 단독주택 정도로만 구분한다”며 “마당이 있는 1~2층짜리 집은 단독주택이고 나머지는 그냥 다 빌라”라고 전했다.

고급 주택을 이르는 명칭이 국내에 들어와 서민주택의 대명사가 됐지만, 국내에서도 모두 서민주택만 있었던 건 아니다. 서울 방배·한남·청담동 등지엔 대형 고급 빌라가 많고, 이들 빌라는 주변 아파트보다 훨씬 비싸다. 아파트가 확산하기 전까지 빌라는 주택시장의 대세이기도 했다.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 정도였다. 하지만 서울에선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그 비중이 30% 정도(2019년 말 기준)로 확 쪼그라들었다. 낡은 빌라를 아파트로 재개발·재건축한 영향이다. 수도권은 빌라 비중이 현재 22% 정도인데, 서울과는 달리 신도시 영향이 크다. 일산·판교 등 수도권에 신도시를 대거 개발하면서 아파트 위주로 공급해 상대적으로 빌라 비중이 줄었다.

비중만 준 게 아니다. 아파트가 계속 발전하면서 빌라는 점점 서민주택으로 굳어져 갔다. 아파트처럼 수백·수천여 가구가 모여 단지를 이루기 힘들고, 저층이어서 겪어야 하는 불편이 적지 않다. 서울 강남의 한 빌라에 거주 중인 심모(41)씨는 “아파트와 달리 크고 작은 도로와 접해 있다 보니 낮이고 밤이고 배달 오토바이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 수가 없다”며 “주차장도 협소해 이웃 간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고 전했다. 어린 자녀가 있거나 계획 중인 신혼부부가 빌라를 기피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이 짓는 아파트와 달리 개인이나 중소 업체가 지어 공급하다 보니 아파트에 비해 품질도 떨어지는 편이다. 관련법상 공동주택관리 의무대상이 아니어서 대부분 관리실도 없다. 보안이나 쓰레기 분리수거 등 전반적으로 관리가 허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지역에 따라, 또 지은 지 얼마나 됐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대개 인근 아파트 전셋값보다 싼 편이다. 실제 강남구 대치4동의 한 ‘쓰리룸’(방 3개+거실) 빌라는 7~8억원 선에 매물이 나오는데, 길 건너 역삼e편한세상 아파트 전용면적 59㎡형 전셋값은 11억5000만원 선이다.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투룸’(방 2개+거실), 쓰리룸 등으로 구분하는데 쓰리룸은 최신 아파트로 치면 전용면적 59㎡형쯤 된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다락같이 오른 전셋값에 치인 무주택자들이 요즘 빌라에 몰리고 있다.

서울 강남엔 아직 고급 빌라 많아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빌라 거래량은 4487건으로 아파트 거래량(3769건)보다 많았다. 10월에도 300건 앞섰고, 이달 들어서도 25일까지 160건 앞서고 있다.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앞선 건 8년여 만이다. 서울에선 2억~8억원 정도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 보니 이참에 빌라라도 사야겠다는 심리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서울에 살아야 하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한 주택 수요자들이 대안으로 빌라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빌라로까지 패닉바잉(공포 매수)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거래가 늘면서 몸값도 상승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월 99.9던 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가격지수는 지난달 100.7로 상승했다.

전셋값이 계속 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빌라를 아파트 전세의 대안으로 고려한다면 지은 지 오래된 구축보다는 신축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요즘 짓는 빌라는 기본적으로 엘리베이터를 갖추고 있고, 건축 자재·기술 발달로 층간소음 문제 등이 구축보단 덜하기 때문이다. 보안이나 주차장이 잘 갖춰진 빌라도 꽤 있다. 꼭대기층 일부는 테라스(아랫집 지붕을 마당처럼 쓰는 구조)가 있거나 복층 구조여서 아파트보다 공간 활용성이 좋은 예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빌라는 그러나 기본적으로 단지를 이루기 힘들고 저층인 만큼 실수요가 아니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빌라 건물
빌라 건물

■ 빌라, 환금성 떨어져 무리한 대출 땐 ‘하우스푸어’ 될 수도

「 서울·수도권 주택가를 거닐다 보면 신축 빌라 분양 플래카드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거기서 유독 주택 수요자의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다. ‘실입주금 1억원’ 또는 ‘실입주금 1000만원’ 등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요즘 서울엔 이런 플래카드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수도권 외곽 지역에선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굳이 해석하자면, 1억원만 혹은 1000만원 있으면 당장 신축 빌라를 분양 받아 입주까지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해 이사를 가야 하는 임차인 입장에선 눈길이 갈 만한 문구다. 실제로 비교적 소액으로 빌라를 마련하는 게 가능한 걸까.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빌라는 대부분 집을 거의 다 짓거나 완공한 상태에서 분양을 하는 예가 많은데, 이때 분양 계약서상 분양가를 실제보다 20~30% 부풀려 작성한 뒤 금융권에서 담보대출을 한도까지 받는 것이다. 대출 한도가 분양가의 60%라고 가정하면 계약자는 실제 분양가의 10~20% 이내에서 분양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담보대출 한도가 많이 줄어 수도권 외곽이라도 수천만원은 있어야 계약할 수 있지만, 불과 2~3년 전에만 해도 실입주금이 ‘0원’인 곳도 수두룩했다. 한 빌라 분양업체 관계자는 “서울과 같은 규제지역에선 대출이 많이 나와야 집값의 50% 정도여서 지금은 실입주금이 적지 않게 든다”며 “하지만 2~3년 전 수도권 외곽에선 실입주금이 0원~1000만원인 곳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장 수중에 집 살 돈이 없어도 신축 빌라를 분양 받아 입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집이 없는 서민에겐 반가운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대출을 너무 많이 받으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은행 대출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빌라는 가격이 잘 오르지 않고, 되팔기가 쉽지 않아 대출을 무리하게 받으면 고스란히 부담이 돼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한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빌라는 환금성이 떨어져 원하는 시기, 원하는 가격에 팔기 어려운 만큼 대출을 받을 때는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에서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Copyrightⓒ중앙SUNDAY All Rights Reserved.

내달 3일로 윤석열 징계위 잡혀..결과에 대통령 입장 내놓을 듯
그동안 야권 문 대통령에 집요한 답변 공세
윤 총장 ‘징계 취소 소송’ 등은 변수..두고 두고 與 악재 될 수도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태와 관련해 침묵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검찰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내달 2일 징계 결과에 대한 판단과 함께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총장간 갈등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CBS와의 통화에서 “법적 절차대로 징계위 결과가 나와야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그 전까지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자칫 문 대통령이 징계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징계법에 따르면 해임·면직·정직·감봉의 해당하는 징계안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헌정 사상 첫 검찰 총장 징계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문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 대상 징계위 결과에 대한 판단으로 답변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행정부 수반으로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

더욱이 윤 총장 사태와 부동산 정책 등으로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이 지난 8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오면서 문 대통령으로서도 침묵만 지킬 수는 없다.

윤 총장의 징계가 결정되면 이른바 ‘추-윤 갈등’의 일단락이기도 해 문 대통령으로서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비겁하다”며 날선 비판을 내놓아왔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27일 청와대 앞에서 문 대통령의 답변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까지 돌입했다.

문 대통령이 거센 야당의 비판속에서도 침묵을 지키는 이유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윤 총장을 문 대통령이 잘랐다’는 야당의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우리 솔직해지자. 문 대통령에게 모든 이슈마다 입장을 내놓으라는 야당의 의도는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을 정쟁의 한복판에 세워 놓고 떼로 몰려 들어 대통령과 진흙탕 싸움을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나서는 순간 ‘추-윤 갈등’ 프레임은 한 순간에 ‘윤석열 검찰총장 대 문재인 대통령 프레임’이 된다. 그만큼 폭발력이 더 커진다.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위기 상황에서 불필요한 정쟁과 논란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장관,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자료사진)

여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추-윤 갈등이 검찰개혁의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고, 일부러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윤 총장의 징계위 회부도, 언젠가는 찾아올 추-윤 갈등의 끝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 총장의 감찰 거부 상황’ 이후 누군가는 끝을 봐야하는 갈등이라는 것.

다만,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기일이 검찰징계위 전인 30일로 잡히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법원이 직무집행 정지명령을 취소할 경우, 징계위의 정당성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총장이 직무 정지 명령 취소 소송까지 간다고 해도 징계위 결정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문 대통령의 내주 ‘결정의 시간’은 찾아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징계가 최종 결정된 이후에도 윤 총장이 ‘징계 취소 소송’에 들어갈 경우, 장기전으로 접어들게 돼, 문 대통령이 입장을 유보할 가능성도 있다.

비슷한 사건으로 꼽히는 ‘이명박 정부의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사건’의 경우 대법원의 판단까지 3년 반이 걸렸다. 만약 최종적으로 윤 총장이 해임되더라도, 두고 두고 여권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해임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도 나온다.

[CBS노컷뉴스 김동빈 기자] kimdb@cbs.co.kr저작권자ⓒ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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